'실험미술 선구자' 故 정강자…초현실적 회화로 다시 보다

입력 2023-12-14 19:08   수정 2023-12-15 00:19


정강자(1942~2017)는 최근 1년간 가장 극적으로 재조명받은 작가다. 1960년대 국내 최초로 누드 퍼포먼스를 벌여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때만 해도 그는 미술계 최고의 ‘이슈 메이커’였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을 피해 10여 년간 해외에서 살았다. 1980년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세상을 뜰 때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반전이 찾아온 것은 올해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이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를 열면서다. 설치작품 ‘키스 미’가 크게 시선을 끌었다.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재평가 바람과 여성 작가들이 조명되는 최근 세계 미술계의 분위기가 겹치면서 그는 순식간에 다시 ‘핫한 작가’가 됐다. 지난달 영국 런던의 프리즈 아트페어에서도 주요 여성 작가를 기리는 ‘모던 우먼’ 섹션에 정강자가 유일한 아시아인 작가로 뽑혔다.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정강자: 나를 다시 부른 것은 원시였다’는 그의 작품세계를 재평가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에는 정강자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제작한 회화 40점이 나왔다. ‘뜨개질로 우주를’(1996), ‘거미’(1995), ‘무제’(1997) 등 이국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화풍의 작품이 눈에 띈다. 작가가 중남미와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태평양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받은 영감을 투영한 1990년대 그림들이다. 2000년대 작품들에서는 만물을 반원이라는 모양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한 기하학적 실험의 흔적이 눈에 띈다. ‘숲 속을 부유하는 여인’(2010)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화풍이다.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고, 같은 시기에 그렸지만 마치 서로 다른 작가가 그린 것처럼 딴판인 그림들도 있다. 화풍이 다양한 만큼 작품 수준이 다소 들쭉날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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